20대에 회계사를 선택하고 회계사로서 15년을 생활하다보니 말에서도 숫자와 연결되어 말하는 버릇이 있다.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숫자로 표현하면 오해가 줄어들고 의사전달이 명확한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회계 및 재무 업계의 일을 하다보면 직업적 성향과 같은 것이 관계 지향적 표현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오히려 어떠한 문장에 감정이 베어나오는 표현은 가급적 지양하는 분위기가 있다. 특히 보고서 쓸때는 “매우”, “엄청난” 등 감정이 개입된 표현은 먼저 제거하곤한다.
그런 성향때문일까? 회계 사무실을 가보면 조용하다. 통화를 하더라도 조용히 통화를 하고, 언성을 높아지는 것을 극히 꺼려한다. 그런 사무실의 분위기에 젖어든 상황에서 고객과의 대화는 건조한 말투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 져서 건조한 말투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나, 그 반대편에서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 모두 사람인 것에는 틀림이 없다.
오늘도 고객사의 업무를 위해 자료를 요청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재무파트에서 일을 하다보면 언제나 우리에게 주어진 자료는 제한적이며, 일정은 촉박하다. 당연히 업무를 진행하는 입장에서야 조급한 마음이 앞서지만 자료를 제공하는 고객사의 상황도 녹록치 않은 상황에 있다는 사실이다.
보통 이런 경우 연차가 낮을 때는 촉박한 내 상황에만 매몰되어 상대에게 상대의 잘못만을 들추는 듯한 어투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럼 대개 고객사는 불친절하다고 평가를 내린다. 물론 그걸 내색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표현하는 사람의 차이가 있을 뿐 내심은 동일하다.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냐?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같은 일을 어렵게 풀어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쉽게 오히려 다른 이들의 도움을 쉽게 이끌어 내는 사람이 있다. 물론 이것은 공식이나 논리적 설명이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한번 쯤 경험하곤 한다. 이것을 통칭해서 매력이라 불리는 것 같다. 매력이란 것은 이성적인 매력에 국한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이끌 수 있는 능력 정도로 좀더 넓은 의미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상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점은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도움을 얻어내고 협력할 수 있는 것은 어찌보면 대단한 수준의 매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상대도 업무를 해야 하고, 그 업무를 하고 싶은 사람이면 되는 것이다. 그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바쁘신 중에 부탁드려 죄송합니다.”, “연말에 급히 요청드린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상대도 안다 이런말 안해도 어차피 요구 할것이라는 것을…
잠시 이야기가 벗어나는 듯 하지만 주위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나는 아부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그런데 조금만 깊은 대화를 하게 되면 뻔히 아부로 보이는 말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만큼은 사실이다. 물론 우리가 일을 하면서 아부하듯 인간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차피 일이라는 것 자체가 힘든 것이라면 나도 힘든 것과 같이 상대도 힘든 것이라면 상대의 힘든 것을 인정해주는것 하나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힘이된다.
숫자, 금액… 감정과 연관성이 낮아보이는 것들도 그 히스토리를 엮어가다보면 누군가의 희로애락이 담겨있기에 그 감정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는것 만으로도 나와 상대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을 공유하게 된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마술과도 같은 한마디는 내 안에만 있을 때에는 고이 간직된 일기장 한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는 나와 다른 사람을 이어주는 통로가 된다.
일 이란, 거기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