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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계사, 서명해도 되겠지?

Category
세무업에 대하여
날짜
2025/12/22
회계사로써 가장 많이 하는 감사업무를 하면 회계사라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회사에서 제시한 재무제표라는 금액들을 하나의 “주장”이라고 보아 이를 확인 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그렇다 보니 답지를 들고 누군가 풀어온 답을 채점하는 “관점”을 갖게 된다.
이런 일이 익숙해질수록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관점이 견고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들의 눈에는 모든 사안을 명쾌한 논리로 답을 제시하는 것이 한번쯤 선망의 대상이 되곤한다. 물론 이게 틀렸다는 의미는 아니며, 당연히 인생의 일정시기에는 이런 모습이 있어야 독립적인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모두가 정답을 알지만 그 정답을 피하기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직급이 올라가고 고객을 일선에서 맞닿아있는 입장에서는 고객의 입장에 동화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고객과 실무진의 의견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것이 상위 직급자의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그런면에서 상대적으로 이른 경력에 고객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자문업무를 경험한다는 것은 단순히 업무영역이 넓어진다는 것을 넘어 고객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나마 갖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번은 지분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 협의가 어느정도 일단락 된 뒤, 지분매각 후 일부잔여지분의 처리 및 주주간의 관계 설정을 위한 주주간계약서를 체결할 때의 일이다. 수십년동안 가꾸어 온 기업을 매각하는 입장에서는 지분을 팔았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을 머리 속으로는 알지만 마음으로는 떠나보내지 못하는 고명딸과 같은 감정을 보인다. 이때 차마 고객사에서 입에서 꺼내기 어려운 주장을 다소 억지스럽지만 자문사의 자격으로 이야기 한다면 비록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고객은 감정적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
“박 회계사, 서명해도 되겠지?”
계약서 수정을 위한 논의가 치열하게 오가고 어느정도 이슈가 정리되고 나니 고객은 오히려 내게 서명해도 되겠지?라고 반문했다. 순간 근 10년가까이 자문을 해왔지만 그 때 기억만큼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먼저는 고객이 나를 신뢰한다는 분명한 시그널로서 기쁨도 기쁨이지만, 자문의 본질이라는 것이 고객의 가장 고민되는 순간에 옆에서 함께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이르게된다.
자문은 고객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합리적 수준의 답변을 제시하여 고객을 이끄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고객의 마음속에 있는 답을 함께 고민하고 그것을 응원해주는 사람을 찾는 것일 때도 있다.
문득 사람의 마음 속에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말을 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