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사유의 높이’라는 말을 자주 떠올린다. 대학 입시를 위해, 취업을 위해, 또 자격시험을 위해 참 오래도 공부해왔는데 정작 나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은 많이 가지지 못했다.
사회생활이 어느덧 15년쯤 지나니 문득 뒤를 돌아보게 된다. 이 길이 맞았는지, 잘 걸어온 건지. 아마도 인생의 중간쯤에서 흔히 찾아오는 그 조용한 질문이 찾아온 것 같다.
철학을 우연히 다시 만난 건 큰 전환점이었다. 책을 통해 만난 낯선 관점들이 내 사고의 틀이 얼마나 좁았는지 알려주었다. 먹고 사는 일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생각’이라는 것을 한동안 내려놓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 AI가 파고드는 속도는 정말 빠르다. 예전 같으면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느껴졌던 질문에도 이제는 훨씬 정확한 답을 척 내놓는다. 처음엔 신기했는데 이제는 당연해졌다.
최근에는 바이브 코딩이라는 걸 접했는데 문과 출신 입장에서는 꽤 충격적이었다. 프롬프트 몇 줄로 내가 못하던 일들이 눈앞에서 구현되는 걸 보고 있으니 마치 옆에 프로그래머를 한 명 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생각이 더 분명해졌다. 앞으로의 전문가는 “무엇을 아는 사람”보다 “어떤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될 거라는 점이다. 좋은 질문은 결국 넓은 독서에서 나오고 다른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에서 나온다. 사유는 그렇게 천천히 자란다.
가끔은 불편하기도 하다. 익숙하지 않은 시선을 받아들이는 게 늘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 불편함을 견디는 시간이 어쩌면 내 사고를 넓히는 유일한 길일지 모른다.
AI가 기존의 질서를 흔드는 시대에 내가 붙잡고 싶은 건 결국 ‘사유의 힘’이다. 다양한 시선을 이해하려는 노력,
생각의 깊이를 잃지 않으려는 의지, 그 두 가지가 내일을 준비하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처럼 느껴진다.
오늘 이런 생각을 남겨 놓는 이유도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누군가와 일하게 된다면, 나는 이런 생각들 속에서 일하고 싶다. 그리고 이런 사유의 결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과 길을 함께 걸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