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NE’s Way
2025/10/17

육일약국 갑시다
2025/10/17

세무업이 어려운 이유
2025/10/20

시작이 반이다
2025/10/23

업무는 정의에서 시작된다.
약 10년가까이 회계사로서의 업무만 수행했다.
그런데 기장이라는 업무의 확장으로 만 생각했던 것이 어느새 새로운 관점을 배워가는 것 같다.
“하나의 사업”으로써 말이다.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계기는 미래 성장했을 때의 “조직도”를 그리면서이다.
회사를 조직이라고 생각하면, 최소한의 기능은 “생산, 영업, 재무”로 구성된다.
지금까지의 업무 경력을 돌아보면 보고서를 만드는 “생산”업무 만을 이어온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재직하고 있는 회계법인에서 총무팀이 재무 업무를 도와주시기에 “재무”업무는 해결된다고 친다면…
“회계사”에서 “마케터”로…
2025/10/29

스타트업실사는 재무상태를 위주로 진행되는것 아닌가요?
스타트업에 대한 실사는 VC측의 투자심사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대개 투사심사단계까지 오게되면 투자유치와 관련한 막바지에 해당됩니다.
(실사용역 계약상 실사보수를 투자여부에 결부하여 지급주체를 결정하는 구조로 체결하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의 투자단계 중 초기에 해당되는 경우 아직 영업이 본 궤도에 이르지 않은 상황이므로,
대부분 손익은 (-)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손익분석보다는 자산부채분석 위주로 보고서가 구성됩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VC측과 실사 범위를 논의하면서 전반적인 흐름은 표현의 제약은 있더라도 손익분석 대한 요청이 증가되고 있습니다.
이점에서 고민이 시작됩니다.
회사 자료의 현실은 관리손익조차 제대로 구비된 곳이 드물고, 스타트업의 경우 외부기장을 맡기고 있어 손익분석을 위한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스타트업 실사
2025/11/04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M&A
나는 M&A라는 단어의 화려함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물론, 그 과정은 참으로 운이 좋았다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의도치 않은 시기,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회계법인 내 부서이동이라는 방법으로…
근 10년이라는 경험을 하면서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처음 딜을 클로징했던 한 증권사 매각때의 일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 때는 정말 열정을 담았던것 같다.
마치 그 회사가 내 회사라도 된것 마냥…
아무튼 그랬다.
첫 M&A 경험
2025/11/05

욕망과 욕망이 만나면 감정이 격화된다.
내가 사회생활을 처음시작했을 15년전에는 회사의 분위기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그때는 2000년대 이전의 ‘상명하복’이라는 조직문화 까지는 아니었지만, 회사에 오면 상사에게 혼나는 상황이 일상이었던 시기 였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회계법인 특히 내가 법인내 부서이동을 통해 함께하게된 재무자문부서는 일에 대한 욕심도 본인의 꿈에 다다른다는 자신감 등이 뒤엉킨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재무자문본부가 성수기를 맞이한 2000년대는 1997년의 IMF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영향으로 글로벌 회계법인의 선진문물인 재무자문영역을 이식하는 시기였다.
이를 통해 외국 선진문물을 먼저 접한 이들은 약간의 우월감 비슷한 분위기가 깔려 있었다. 참고로 미국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빅펌에 입사를 해도 동양인은 재무자문본부의 경험을 갖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심지어 뉴욕에서 감사파트 업무를 하다가도 한국에 재무자문업무를 하기위해 오곤했다.
그러다보니 단순히 일을 위한 상하관계에 더하여 체계화 돼지 않은 업무를 배워야 입장이 곂치다 보니 감정과 감정이 부딪히는 상황을 종종 경험하게되었다.
관리자의 요건
괴물은 되지 말자
2025/11/06

11월 이맘쯤이면 수능을 치른다.
어쩌면 세상이라는 곳에 첫발을 내딛는 설레임과 미지의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이 시간이 고생을 해왔던 자신에 대한 과실을 확인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다른이에게는 자신이 애써 외면 했던 부족한 모습이 적나라 하게 노정되는 시간이 될수도 있다.
그 어느 것이 되더라도 모두 지나간다는 사실이다.
과거를 떠올릴 때 많은 이들은 기쁨과 환희보다는 아쉬움과 후회를 더 많이 느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는 달라져 있다는 것이다.
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오늘을 감사
2025/11/13

“너는 꿈이 뭐니?”
어렸을 때 한 번쯤은 들어봤던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질문을 하지 않게 됐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배부른 소리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나 역시 지난 시간 꿈을 잊고 살았다. 그저 오늘 주어진 일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
돈 걱정 없이 사는 삶? 여유로운 일상? 물론 나쁠 건 없다. 하지만 그 생각만으로 가슴이 뛰지는 않는 것 같다. 지나온 궤적을 돌아보며 “나는 무엇을 가장 좋아했나”를 생각해 본다.
아마도 “자유”가 아닐까 싶다.

본말이 전도되어 치열하게 사는 것 자체에서 살아 있음을 느껴보려 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내가 살아 있는 이유를 끝까지 따라가 보면 결국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돌아온다.
너는 꿈이 뭐니?
2025/11/17

요즘 들어 ‘사유의 높이’라는 말을 자주 떠올린다. 대학 입시를 위해, 취업을 위해, 또 자격시험을 위해 참 오래도 공부해왔는데 정작 나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은 많이 가지지 못했다.
사회생활이 어느덧 15년쯤 지나니 문득 뒤를 돌아보게 된다. 이 길이 맞았는지, 잘 걸어온 건지. 아마도 인생의 중간쯤에서 흔히 찾아오는 그 조용한 질문이 찾아온 것 같다.
철학을 우연히 다시 만난 건 큰 전환점이었다. 책을 통해 만난 낯선 관점들이 내 사고의 틀이 얼마나 좁았는지 알려주었다. 먹고 사는 일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생각’이라는 것을 한동안 내려놓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 AI가 파고드는 속도는 정말 빠르다. 예전 같으면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느껴졌던 질문에도 이제는 훨씬 정확한 답을 척 내놓는다. 처음엔 신기했는데 이제는 당연해졌다.
최근에는 바이브 코딩이라는 걸 접했는데 문과 출신 입장에서는 꽤 충격적이었다. 프롬프트 몇 줄로 내가 못하던 일들이 눈앞에서 구현되는 걸 보고 있으니 마치 옆에 프로그래머를 한 명 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유의 높이가 생존력이 되는 시대
2025/11/21

의류제조업체 실사를 PM으로 맡았을 때의 일이다. 겉으로 보기엔 여느 프로젝트와 다르지 않았다. 킥오프 미팅을 하고, 역할을 나누고, 일정에 맞춰 진행하는 익숙한 수순이었다.
고객은 여러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PE였다. 기관투자자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요구사항은 자연스럽게 실사팀의 업무로 이어진다. 우리는 그 요구를 보고서에 풀어내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어느 날, 주요 기관투자자 미팅을 앞두고 회사가 제공한 경영관리자료를 정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회사 담당자와 반나절 정도 인터뷰를 진행해 핵심 내용을 뽑아 정리했고, 이후에 “자료가 잘 정리됐다”는 말을 들었다. 고객과의 첫 인연은 그렇게 조용히 시작되었다.
실사는 코로나가 한창일 때 진행됐다. 주요 매출처의 판매량이 크게 흔들리던 시기였고, 우리는 초기부터 이 변동에 집중해 보고서를 구성했다. 다행히 최종 보고 시점에는 우리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결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작은 에피소드는 오히려 최종보고를 무사히 마치고 며칠 지나 생겼다. 다른 거래처 미팅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가던 길, 고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다음 날 예정된 주요 기관투자자 미팅을 위해 보고서 일부를 수정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인연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시작된다.
2025/11/27

회계·세무 업무를 하다 보면, 우리는 늘 숫자와 문서를 사이에 두고 일합니다. 옆자리에서 함께 일하고 있어도, 말을 많이 섞지 않고 하루를 보낼 때가 많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칸막이’가 있는 것처럼요. 어쩌면 그 마음의 칸막이는 실제 사무실의 칸막이보다 더 높고, 더 단단하게 나와 타인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다루는 숫자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그 회사가 걸어온 궤적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어떤 회사에는 환희의 순간들이, 또 어떤 회사에는 쓰라린 실수의 흔적들이 숫자로 남습니다. 그 모든 것이 그 회사만의 고유한 서사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회사는 자신의 자료를 외부에 내어놓는 일에 늘 조심스럽고, 때로는 수세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일상 업무에 치여 번거롭기도 하고, 드러내기엔 은근히 부담스러운 면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우리 ‘숫자쟁이’들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이미 정보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번거롭고 부담스러운 일인데, 우리가 말하는 방식마저 딱딱하고 거칠다면 어떨까요. 상대방으로부터 부드러운 협조와 성실한 응답을 기대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정이 화목하고, 부모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으며 자란 사람은 거친 세상 속에서도 비교적 단단한 마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곤 합니다. 사회생활이 전쟁터라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저마다 고단한 마음으로 간신히 하루를 버텨내며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필요합니다. 오늘,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짧은 응원 한마디, “수고 많으셨어요.” “자료 주셔서 감사합니다.”와 같은 작은 격려가 메아리처럼 돌아와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됩니다.
동료,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
2025/12/10

최근 피부로 와 닿는 것은 세상의 변화가 빨라지고 기존의 방식은 변화된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한다는 것은 이제는 진부한 이야기가 된지 오래이다. 그럼에도 세상이 변화하는 건 두려울 정도이다. 최근 변화의 변곡점에 대해 크게 두가지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먼저, 코로나를 들 수 있다. 이제는 좀 옛날 얘기처럼 느껴지는 코로나 시절을 돌이켜보면 처음 보는 누군가와 한자리를 같이 한다는 것은 그다지 거부감이 없었다. 비단 식당에서 합석을 요청하는 식당 주인의 요청도 오히려 붐비는 시간에는 당연한 요청이다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물론 개인마다 감수성이 다르기에 일반화하는 것은 어려울 지라도…) 그러던 것이 코로나 시절 익히 알고 있는 사람과도 함께 식사하는 것을 극도로 조심하다보니 어느 순간 마음속에는 경계의 칸막이가 들어 선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이런 마음의 변화는 우리 일상의 양식도 변화되어 저녁 회식문화의 경량화, 오프라인기반 산업의 축소 또는 쇠퇴를 경험한다. 이러한 변화에 자신의 체질을 적응한 온라인 기반 산업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다음으로 AI의 도입이다. 처음 GPT를 만났을 때는 그저 검색엔진의 다른버전 정도로만 받아들였다. 하지만 답을 도출하는 것이 확장되다 보니 전문직역이라고 여겨지던 변호사, 컨설턴트, 의사 등 업무의 상당부분을 대체한다는 얘기는 이제 피로감으로 다가온다. 최근 회계사 업계에도 신입회계사 채용이 줄어들어 수습처를 구하지 못한 회계사들의 집회이야기는 신문지 상에 오르내리는 화제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빅4라 불리는 대형회계법인을 중심으로 GPT가 아닌 자체 AI를 내재화 하려는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누군가는 AI를 통해 동영상을 제작하거나, 마케팅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등의 방식으로 나름의 생존력을 높여가는 것 또한 동시대적 사람들의 흐름인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뭐 먹고 살아가야 할 것이냐? 아니면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 것이냐? 라는 좀더 본질적인 질문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적응력을 키우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내가 지내 온 것이 답일 수는 없지만 경험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이야기를 끌어간다면, 회계법인에 감사팀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입사를 하니 메일이 하나왔다. 신입직원들을 중심으로 바쁜시기가 지나고 여유있는 시기에 재무자문본부에서 진행하는 NPL평가 업무를 지원하라는 내용이 골자였다. 물론 평가업무 등 여러 업무 확장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는 덤이었다. 추후에 법인 소식에 밝은 동기를 통해 들은 얘기는 스스로 지원한 사람은 나뿐이었고, 나머지는 차출로 NPL평가 지원에 합류하게 되었다. 물론 말이 좋아 그럴듯한 NPL평가업무라고 하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야근이었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2025/12/19

회계사로써 가장 많이 하는 감사업무를 하면 회계사라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회사에서 제시한 재무제표라는 금액들을 하나의 “주장”이라고 보아 이를 확인 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그렇다 보니 답지를 들고 누군가 풀어온 답을 채점하는 “관점”을 갖게 된다.
이런 일이 익숙해질수록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관점이 견고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들의 눈에는 모든 사안을 명쾌한 논리로 답을 제시하는 것이 한번쯤 선망의 대상이 되곤한다. 물론 이게 틀렸다는 의미는 아니며, 당연히 인생의 일정시기에는 이런 모습이 있어야 독립적인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모두가 정답을 알지만 그 정답을 피하기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직급이 올라가고 고객을 일선에서 맞닿아있는 입장에서는 고객의 입장에 동화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고객과 실무진의 의견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것이 상위 직급자의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그런면에서 상대적으로 이른 경력에 고객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자문업무를 경험한다는 것은 단순히 업무영역이 넓어진다는 것을 넘어 고객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나마 갖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번은 지분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 협의가 어느정도 일단락 된 뒤, 지분매각 후 일부잔여지분의 처리 및 주주간의 관계 설정을 위한 주주간계약서를 체결할 때의 일이다. 수십년동안 가꾸어 온 기업을 매각하는 입장에서는 지분을 팔았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을 머리 속으로는 알지만 마음으로는 떠나보내지 못하는 고명딸과 같은 감정을 보인다. 이때 차마 고객사에서 입에서 꺼내기 어려운 주장을 다소 억지스럽지만 자문사의 자격으로 이야기 한다면 비록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고객은 감정적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

“박 회계사, 서명해도 되겠지?”
박 회계사, 서명해도 되겠지?
2025/12/22

20대에 회계사를 선택하고 회계사로서 15년을 생활하다보니 말에서도 숫자와 연결되어 말하는 버릇이 있다.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숫자로 표현하면 오해가 줄어들고 의사전달이 명확한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회계 및 재무 업계의 일을 하다보면 직업적 성향과 같은 것이 관계 지향적 표현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오히려 어떠한 문장에 감정이 베어나오는 표현은 가급적 지양하는 분위기가 있다. 특히 보고서 쓸때는 “매우”, “엄청난” 등 감정이 개입된 표현은 먼저 제거하곤한다.
그런 성향때문일까? 회계 사무실을 가보면 조용하다. 통화를 하더라도 조용히 통화를 하고, 언성을 높아지는 것을 극히 꺼려한다. 그런 사무실의 분위기에 젖어든 상황에서 고객과의 대화는 건조한 말투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 져서 건조한 말투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나, 그 반대편에서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 모두 사람인 것에는 틀림이 없다.
오늘도 고객사의 업무를 위해 자료를 요청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재무파트에서 일을 하다보면 언제나 우리에게 주어진 자료는 제한적이며, 일정은 촉박하다. 당연히 업무를 진행하는 입장에서야 조급한 마음이 앞서지만 자료를 제공하는 고객사의 상황도 녹록치 않은 상황에 있다는 사실이다.
보통 이런 경우 연차가 낮을 때는 촉박한 내 상황에만 매몰되어 상대에게 상대의 잘못만을 들추는 듯한 어투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럼 대개 고객사는 불친절하다고 평가를 내린다. 물론 그걸 내색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표현하는 사람의 차이가 있을 뿐 내심은 동일하다.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냐?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같은 일을 어렵게 풀어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쉽게 오히려 다른 이들의 도움을 쉽게 이끌어 내는 사람이 있다. 물론 이것은 공식이나 논리적 설명이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한번 쯤 경험하곤 한다. 이것을 통칭해서 매력이라 불리는 것 같다. 매력이란 것은 이성적인 매력에 국한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이끌 수 있는 능력 정도로 좀더 넓은 의미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상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점은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도움을 얻어내고 협력할 수 있는 것은 어찌보면 대단한 수준의 매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상대도 업무를 해야 하고, 그 업무를 하고 싶은 사람이면 되는 것이다. 그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바쁘신 중에 부탁드려 죄송합니다.”, “연말에 급히 요청드린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상대도 안다 이런말 안해도 어차피 요구 할것이라는 것을…
잠시 이야기가 벗어나는 듯 하지만 주위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나는 아부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그런데 조금만 깊은 대화를 하게 되면 뻔히 아부로 보이는 말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만큼은 사실이다. 물론 우리가 일을 하면서 아부하듯 인간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차피 일이라는 것 자체가 힘든 것이라면 나도 힘든 것과 같이 상대도 힘든 것이라면 상대의 힘든 것을 인정해주는것 하나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힘이된다.

결국, 인간이 하는 일
2025/12/29

흑백요리사의 시즌이 다가왔다. 요리경연 프로그램을 보고있다 보면 경험많은 요리사 이지만 평소에 사용하지 않은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내는건 놀라움을 자아낸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비슷한 모양의 음식을 만들지만 맛이 다른 모습을 보며 저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게 흥미롭게 다가온다.
최소 2가지 이상의 풀이법이 있어야 한다
유년시절을 뒤돌아 보면 수학을 좋아했다. 한번은, 한두 문제를 틀릴 때가 있는데 이건 어떻게 대비해야 하냐고 질문하니, 선생님은 모든 문제에서 최소 2가지 이상의 풀이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번은 빠른 방법으로 풀어내고 다른 방법으로는 검산을 하는 방법말이다. 물론 그말을 듣고 공부에 접목하려니 여간 힘든건 아니었지만 조금 익숙해지니 점수는 보다 안정적으로 나왔던 기억이 난다.
우리업무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력이 쌓일 수록 기존에 해본 경험이 있기에 새로운 업무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종종 잘 안풀리는 업무를 맞이할때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서 문제를 편견없이 바라 보았을 때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는 경험을 종종한다.

우리의 인생은 한편의 소설과 같기도 하고, 하나의 요리라고 볼수도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재료로 얼마나 다른 사람과 차별된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인생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도화지를 회색으로 칠하는 것이 나의 자유일 수는 있지만 나의 인생이라는 것을 좀더 생동감있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정해진 틀에 나를 끼워 넣지 않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함이 없는 마음
2026/01/02

일을 하다보면 자신만의 세계가 견고해지는 경험을 한번 쯤 하게 된다. 그만큼 업무에 대한 경험도 지식도 쌓였기에 얻어진 트로피와 같은 것일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생각을 해보면 혼자 하는 것만 같아보이는 일도 막상 한꺼풀을 벗겨 보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더더욱 나와 함께 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게 된다. 나도 차라리 혼자 일하기가 좋을 때가 있지만 돌아보면 일을 완성되게 하는건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완성도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내가 보지 못했던 시각, 내가 놓쳤던 내용들이 모두 보완되어야 완성이라는 결과물을 맞이하게된다.
물론 쉽지 않다. 그런데 그 시작은 나를 공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고민, 어려움,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부족한 부분 모두 공유할 수 있는 이가 직장이라는 곳에서 매일 하루의 1/3이상을 함께하는 사람 이라면 내 편을 얻는 것과 같다.
회계법인의 시스템은 이런 모습을 가장 충실히 담은 곳이라 생각된다. 현장에서 주로 실무를 하는 이들은 연차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바로 보고서로 귀결되는 결과물이 도출되지 않는 이유는 리뷰라는 과정이 있기에 결과물의 완성도가 올라가게 된다.

이와 같이 기장업무를 하는 과정에서도 현재 진행되는 상황과 과거 업무를 진행한 이력을 서로 살펴볼 수 있다면 전쟁터와 같은 우리의 현실에서 함께 한발자국을 내딛는 동료를 얻는 것일 수 있다. 각자는 상대적이던 절대적이던 약점이 존재한다면 이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다. 무슨 고민을 하는지, 어떻게 일을 추진해 왔는지 등등…
함께 해야 완성된다
2026/01/07

지난 사회생활을 돌아보면 때로는 저년차 스탭으로 이러저러 고생도 해보았고, 매니저로서 팀을 이끌어 보기도 했다. 연차가 낮을 때는 상사의 비합리적인 부분을 보고 왜 이럴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매니저의 입장에 서보니 나도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합리성을 놓칠때가 종종 보이곤 했다. (그때 마다 비난의 화살을 돌리지 않은 팀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근 10년이라는 조직생활을 해보면서 리더십이라는 단어를 생각 해봤다. 우리 부모 세대는 성장일변도의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당연히 받아들이며 사회생활을 해왔던 이들이다. 그들의 밑에서 7, 80년대 민주화를 경험한 세대는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와 민주화라는 화두 사이에서 갈등하던 세대로 나름의 합리성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들에 해당한다.

그리고 우리세대는 IMF를 시작으로 밀려드는 국제화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왔다. 물론 해외 국가들과 활발히 하는 분들은 당연하겠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외국기업의 합리적인 조직문화가 많이 이식된 시기에 해당한다. 여기에 더하여 현재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90년대생은 합리성이 당연한 사회적 상식이 된 세상을 살아간다.
이처럼 회사라는 좁은 공간에 급변한 사회상을 반영한 이들이 한데 모여 있으니 한국어라는 같은 말을 사용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은 혼자 할수 없고, 팀을 이루어 수행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반드시 요구된다. 리더십을 우리 선배세대에서는 직급/직위에 기반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조직에 있던 10년이라는 시간에서는 그 리더십이라는 영역의 변화가 매해 달라지는 모습을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근 10년이라는 시간에서 리더십은 지시라는 측면에 국한되던 것이 함께하는 이들의 Follwership을 어떻게 끌어내느냐로 발전했다. 누군가는 내가 저년차에는 벙어리와 같이 있었으니 너희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던 이들은 세상의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조직에서 도태되는 수순을 밟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하였다.
리더, 마음을 모으는 사람
2026/01/11

마음을 모은 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의 마음을 끌어 내는 것을 매력이라고 한다면, 매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라고 했을 때 내가 가진 무엇 이라고”만” 생각해왔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하게도 매력이라는 것에 대해 좀더 포괄적으로 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제주 “다솔티앤씨”라는 곳을 다녀왔다. 가기 전 그저 잘하고 있는 곳 견학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면담을 거치며 잘한다는 것, 다르다는 것 그리고 매력적이라는 것 모두 기존의 생각을 바꾸게 되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회계, 세무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객에게 정답을 이야기 해야 한다는 강박아닌 강박에 싸여있다. 그런데 그 보다 앞선 것은 아니 전부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고객에 대한 “공감”이라는 것이다.
공감? 듣고 고개 끄덕여 주는거? 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공감
2026/02/04

시대가 변한다.
자격증 하나만 있으면 먹고사는건 고민할 필요 없던 시대가 있었다.
변호사가 그랬고, 회계사가 그렇고, 심지어 운전면허도…
그런데 자동차는 자율운전이 도입되고, 가정주부는 AI를 통해 소송을 진행했는데 승소했다는 이야기, 회계법인은 신입을 안뽑는 다는 이야기는 이제 식상하게 들려온다.
AI시대는 유형 무형의 생산물을 AI를 통해 생산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달리기가 시작된 이상 되돌릴 수도, 외면 할 수도 없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게 되었다.
그렇다면 AI를 통해 다른 사람과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방법 밖에 없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고가 달라지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Garbege in garbege out”
독서
2026/02/09
Photo by Dane Deaner on Unsplash
기억이란 것은 묘해서, 가장 긴장했던 자리를 오래도록 또렷하게 붙들고 있습니다.
M&A팀으로 온 지 두 해째 되던 해였습니다. 선배님께서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매도회사의 본실사에 함께 들어가보겠냐고. 당연히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M&A를 하고 싶어서 팀을 찾아온 만큼, 잘하고 싶은 욕심은 처음부터 있었으니까요.
그 무렵 IB 시장에는 대형화 바람이 불고 있었고, 매도회사는 이런저런 사정 끝에 매물로 나온 참이었습니다. 선배님을 따라 본실사 대응에 참여하게 됐고, 약 두 달을 매도회사 내부에 상주했습니다. 숫자를 들여다보고, 회의에 들어가고, 질문을 준비하는 나날이었습니다.
유동화금융팀 인터뷰 자리에 들어갔을 때였습니다.
저도 걱정이 많았지요. 자료 공개에 소극적인 팀이라는 이야기를 미리 들었습니다. 2년차가 그 자리에서 의견을 낼 수 있을까, 괜히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내내 따라붙었습니다. 하지만 책임감도 있고 일을 성공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기에 어떻게든 자료를 받고 긍정적으로 일을 마무리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던 시간이었습니다.
ABS와 ABCP의 유동화 방식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틀리지 않은 말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충분히 공부했으니까요. 그 자리는 결국 순조롭게 정리됐습니다. 나중에 그 순간을 떠올리면, 내가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보다는 다행히 잘 풀렸다는 안도가 먼저 올라오곤 합니다. 그게 맞는 귀인인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잘 풀렸다는 안도가 먼저 올라오곤 합니다.
가격조정 협의는 더 날이 서있는 국면이었습니다.
7개 항목 중 수수료수익의 기간 안분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현금주의냐 발생주의냐의 차이였고, 그 처리 방식에 따라 숫자가 달라졌습니다. 부트스트래핑 거래의 위법성 논쟁도 있었습니다. 매수인 측과의 협의는 상당히 팽팽했습니다. 완고하게 가격을 방어했습니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이 찍히던 날, 매수인 임원 한 분의 볼멘소리가 들렸습니다. 직접 겨냥한 말이었는지 흘리는 말이었는지는 지금도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그 순간, 마음 한켠에는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동시에 무언가 부끄럽고 부담스러운 감각이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보통 회계법인이 딜에서 메인으로 다루어지지는 않는 게 대부분이라, 그렇게 주목되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표현이 좀 더 맞지 않을까 합니다. 일을 잘하는 게 오히려 당연한 조직이라 극찬을 하고 환호하는 것은 없었고, 그저 고생 많았어라는 표현이 다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 순간, 마음 한켠에는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 딜을 어떻게 해냈냐고 누군가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뿌듯함과 부끄러움이 같은 자리에 앉아있던 순간
2026/06/12
Photo by Ama Journey on Unsplash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참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본부에서 재무자문본부로 자리를 옮기던 그 무렵의 이야기다.
M&A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수험 시절이었다. 결과를 기다리며 손에 잡았던 미국 벤처업계에 관한 책 한 권이 시작이었다. 미국에서는 벤처캐피탈이 자금을 회수하는 길 중 하나로 IPO보다 M&A가 더 큰 자리를 차지한다는 대목이 있었다. 그 한 줄이 나를 자연스럽게 M&A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래서 회계법인에 들어갈 때부터 M&A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배정은 감사본부였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M&A부서로 옮기게 되었고, 비로소 그 일을 직접 경험하게 됐다.
지금이야 52시간이라는 법 덕분에 정규 근무시간을 대부분 지키지만, 그때만 해도 평균 퇴근시간이 밤 11시를 넘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고도 주말에 하루는 출근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다시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살았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막연했던 동경
솔직히 막연했던 것 같다. M&A라는 단어를 들으면 뭔가 화려하고, 성공을 향해 다가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M&A를 하면서,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거래를 직접 해보고 클로징까지 경험해봤다는 것은 — 다시 생각해도 좋은 경험이었다.
Photo by Vitaly Gariev on Unsplash
마주한 현실
M&A는 딜이 성사되어야 그간의 노력이 보상받는 구조다. 실제로 업무를 아무리 진행해도 결과가 완결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여러 일을 동시에 끌고 가는 것이 당연시되는 조직이다.
내가 처음 M&A팀에 왔을 때, 부서는 M&A를 활발히 돌리고 있지 않았다. 수임을 위한 제안서 작업, 기존 딜을 위한 콜드콜을 포함한 마케팅 활동, 그리고 팀의 불안정한 수익성을 메우기 위한 용역업무까지 —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돌아갔다.
거의 매일같이 새벽 2시, 3시에 퇴근할 때면 솔직히 '여기를 잘못 왔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다 조금 쉬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일을 이어가곤 했다.
막연했던 동경과 어수선했던 밥상
2026/06/15
Photo by Igor Omilaev on Unsplash
요즘은 AI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위기이면서도 기회이기도 하다고,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
AI를 사용하면 할수록, 지식노동의 가치 그리고 해자가 많이 낮아지는 것을 느꼈다. 근래 많은 사람들이 회계업무의 상당부분에 AI를 접목하거나 이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꽤 발빠르게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AI를 통해 업무를 진행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일을, 그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짚어주는 점이 놀라웠다. 오래 쌓아온 것이 하루아침에 무의미해지는 건 아니겠지만, 그동안 나를 지켜주던 벽이 조금씩 낮아지는 감각은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를 오래 붙든 것은 그 벽의 높이가 아니었다. 답이 빨리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어딘가 서운했다. 그 과정이 생략된 채 정리된 지식이 제공되는 점이, 무언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단축된 느낌을 갖게 했다. 물론 이것은 장점이 될 수도, 어떤 측면에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양가감정을 아직도 잘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 과정이 아까웠을까. 우리가 만들거나 제시하는 결론은 문제제기와 단답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러 제약사항과 문제점들의 반문을 이겨내고 결론에 이른 것이 대부분이다. 그 과정의 협의와 조정의 과정이 오히려 결론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경우가 있다. 그 과정에는 참가자들의 감정, 다툼 등 여러 요소들이 들어가기에, 참가자 대부분의 암묵적인 동의가 함축된 것이라고 나는 본다. 그런 과정 없이 결과만 주어진다면, 누군가는 합리적 수준이라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전혀 다른 경험을 가진 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결론은 같아 보여도, 그 결론이 몸에 배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오래전 한 장면이 떠오른다. 회생회사를 매각할 때의 일이다. 그런 시기에 회사에 재직하는 이들은, 황망한 감정과 불안한 감정, 그리고 무언가 설명할 수 없고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것 같았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종의 무력감 같은 것들이 있었다.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나의 책임은 자료요청 및 자료제공이라는 기본적인 매각자문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내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회사 종업원 분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역할이라고 나는 여겼다. 그때 나는 하루를 정해 전체 피자파티를 벌였다. 별것 아닐 수 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온기라고 하기에는 거창하고, 뭐랄까 서로에 대한 작은 연대감 같은 류의 감정을 나눌 수 있게 되는 것 같았다.
매각이 완료되었을 때 회사에서는 회식자리를 마련했는데, 내가 교통상의 문제로 다소 늦게 도착했음에도, 회사분들이 오히려 나의 참석을 기대하고 반겨주었다는 후문을 들었다. 음식을 하나 전달했다고 그랬다기보다는, 힘들어하는 시기에 힘들어하는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게, 어쩌면 일말의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서이지 않을까. 나는 그 일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 기억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이 있다. 우리가 일로 만나기는 하지만, 결국 일이라는 것은 결과일 뿐, 그 과정은 인간관계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면, 그 일은 어딘가에서 삐끗한다. 누구도 일을 하면서 감정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지만, 이면에는 감정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나는 쉽게 경험한다. 누군가에게 좋은 감정이 있으면, 안 되는 일도, 더디게 되는 일도 되거나 빠르게 되는 법이다. 나는 그게 자문이고 매니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AI 앞에서 내가 도달한 생각은 이렇다. AI는 표현의 방식일 수도 있지만, 본질은 사람의 감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미묘한 감정의 변화와 움직임을 포착하고 느끼는 것 또한 인간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면, 많은 기회가 엿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람만이 AI에 대체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나는 아직 이 문장을 확신이라고 부르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여기에 서 있다.
AI를 생각하면서 막연히 두렵기만 했는데, 오히려 사람을 더 깊게 온전히 알아가는 본질적인 움직임이,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더욱 중요해진다는 생각이 더 선명해지는 것 같다. 단축된 과정 뒤에 무엇이 남는지를, 나는 이제 조금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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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축된 과정, 그리고 남는 것
2026/07/06


